범관 화가 그림 중에서 <산과 골짜기를 여행함>을 잘 보셨나요. 오늘은 그 그림의 연장선상으로 여러시점을 한 폭의 그림 속에 넣은 동양화의 시점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부벽준과 준법에 대해서 그리고 산수화에서 말하는 고원, 심원, 평원이라고 불리는 삼원법이 쓰이는데 디 세 개의 시점이 산과 골짜기를 여행함에서 나온답니다.
삼원법 - 고원, 심원, 평원
<산과 골짜기를 여행함>에서 먼저 산 정상의 나무와 풀은 위에서 내려본 시점이지요. 가운데에 낮은 산과 오른쪽 능선에 있는 건물은 그 맞은편에서 본 높이이고요. 시냇가의 큰 바위는 평지에서 본모습이에요. 하나의 그림 안에서도 동양화는 시점이 굉장히 다르게 그려지는 게 이것이 또 재미있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삼원법인데요. 고원은 아래에서 위로 보는 것, 평원은 같은 눈높이로 보는 것, 심원은 위에서 아래로 깊숙이 바라보는 것입니다.
서양화와 동양화의 시점차이
한 시점에서 풍경화로 보이는 서양화는 한 공간을 2차원의 평면으로 그대로 가져다 재현합니다. 외부요인들이 작용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죠.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동양화는 실제로 보이는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 먼저이지요. 동양화는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을 조합해서 그려냅니다. 보이는 것 그대로 그리는 것이 그림이라고 한다면 예술은 작가만이 생각과 화법으로 재해석하는 것이죠.
산수화의 다양한 준법들
바위의 질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들은 오대십국 시대의 산수화에서도 쓰였지만, 송나라 초기 산수화에서 더욱 확고해졌데요.
- 피마준- 베를 짜는 삼실을 늘어뜨린 것 같다 는 뜻
- 우점준 - 우점이란 빗방울이나 깨알 같은 둥근 모습입니다. 이 우점으로 바위표면을 표현했지요. 바위 아래쪽은 크게, 위쪽은 작게 찍어서 웅장한 산세를 표현합니다.
- 부벽준 - 바위의 질감을 표현해서 입체감이 나타나도록 일정하게 붓질한 기법. 모양이 도끼로 나무를 잘라낸 단면 같다고 해서 부벽준이라고 합니다. 송나라 초기 산수화의 대표특징입니다.
이산과 바위의 입체감이나 명암,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일정한 붓질로 묘사하는 기법을 준법이라고 합니다. 시대나 개인별로 다 다른 특색을 나타내지요
곽희 ( 1023~1085) 이른 봄 조춘도
동양화에서 아주 중요한 작품이고 다음세대의 산수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곽희는 11세기말 송나라 화원에서 최고위직을 지내며 중심에 서서 이끌었던 위대한 화가였어요. 곽희의 아들 곽사라는 인물이 아버지의 회회 이론을 모아서 책으로 냈을 정도로 곽희는 산수화의 기초 이론까지 확실하게 다진 화가였어요. 곽희는 오대십국에서부터 송나라 초기까지 산수화의 성취를 받아들이고 이를 다시 정리하여 구현해 낸 새로운 산수화의 세계를 개척하였습니다.
이른 봄 그림에서 보이듯 왼쪽 중간에 " 임자년 ,이른봄 곽희 " 라는 글자가 써있어서 1072년에 그린 그림인것을 알수있습니다. 곽희의 이른봄 그림에는 제목까지 그림에 써둔 거죠. 이 그림 이전에는 화가가 직접 제목을 짓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해요.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그림 특징을 인식해서 부르는 게 제목이 되었었죠.
오른쪽의 글자는 나중에 이 그림을 소장한 청나라 황제 건륭제 (1811~1799) 쓴 시구입니다. 내용은 " 버들잎 복숭아꽃 흩날리는 것을 밟지 마라/ 일찍이 봄 산을 보니 공기가 안개 같구나"라는 내용이에요.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오해한듯해요. 곽희가 쓴 이른 봄이라는 것은 초봄이 아닙니다. 저도 초봄이겠거나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아직 꽃이 피고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그런 계절이 아니라는 뜻이래요. 그림 속 나무를 보면 아직 나뭇가지의 잎도 나지 않았고, 꽃도 피지 않았네요. 얼음이 조금 녹아서 폭포가 떨어지는 하지만 겨울풍경과 다를 바 없는 그림이에요. 물이 흐르면서 공기에는 습기가 더해지고 어렴풋이 안개가 올라올 뿐입니다.
곽희의 이른 봄과 범관의 산과 골짜기를 여행함 두 작품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중간에 있고 상단 중단 하단의 근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곽희는 산수화에서 고원 심원 삼원법이 있다고 가장 먼저 말한 인물이에요. <임천고치>라는 책에서 산수화에 대한 곽희의 견해와 이론이 있습니다. 곽희의 아들 곽사가 엮은 책으로 산수화에 대한 이론을 문자로 정리한 거죠. 아들이 이론정리까지 해주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곽희의 수묵화와 삼원법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역시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이론을 정립하고 정리하고 총괄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 그림이 오래 보존되고 기록화될 수 있네요.
임천고치
'자연이 높은 정취'라는 뜻으로 곽희가 산수화에 대한 생각한 것들을 아들 곽사가 정리한 책.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산수화 이론을 담고 있다. 삼원법 같은 기술을 비롯하여 " 시는 형태가 없는 그림이고, 그림은 형태가 있는 시다" 등의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함께 담겨있는 산수화 종합 이론서입니다.
오늘은 곽희가 정리한 삼원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았는데요. 곽희의 아들 각서가 이렇게 글로 정리해두지 않았다면 오늘날 기억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림은 글과 늘 함께 붙어있는 것 같습니다. 곽희는 이상적인 회화의 세계를 만들고자 항상 새로운 형상을 탐구했기에 바위 질감을 나타낼 때도 구름이 말려 올라가는 것과 같은 방법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고원은 아래에서 높은 곳을 향한 시점. 평원은 눈높이와 같인 시점, 심원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임을 기억하세요. 산수화라는 게 어떤 것인지 정리해 둔 책은 임천고치입니다. 서양화는 풍경을 그릴 때 2d로 그리지만 동양화의 산수화는 작가의 마음과 생각에서 크기가 달라지고 위치가 변화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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